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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 감독의 전작 인터뷰를 통해 바라본 영화 곡성 2016

by 대이빅 2016. 5. 23.

영화 곡성을 보았습니다. 저는 영화 마니아도 아니고 가끔 기분이 내킬때 보는 편이라 영화에 대한 식견은 부족합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생각하고 곱씹는 것을 좋아하는 저로써는 이 영화는 독특한 구석이 참으로 많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나홍진 감독은 영화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호기심이 생겨 전작영화의 인터뷰를 좀 찾아봤는데요. 인터뷰를 보면 그가 생각하는 영화의 기본 틀과 의도를 엿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참고하여 글을 작성해 봅니다. 스포일러를 안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힘이 없는 정의는 무력하고 정의가 없는 힘은 폭군이다. 우리는 정당한 것을 강하게 만들 수 없기 때문에 강한 것을 정당한 것으로 만들었다. -파스칼



이토록 무기력 할 수 있을까? 곡성이라는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드는 느낌은 '무기력'이었다. 내겐 영화에 숨겨진 다양한 은유의 표현을 놓치거나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보다, 영화의 말미의 결말을 보면서 생각이 드는 것은 허탈함과 무기력이었던 것 같다.


이 느낌은 어디서 받았을까? 나홍진의 전작인 추격자의 마지막 씬에서도 느꼈었다. 마지막에 장면에는 하정우에게 마지막으로 붙잡혔던 여자 미진은 처참한 죽음을 맞게 된다. 정말 무기력하게..


감독이 의도한 것일까? 

추격자 영화가 개봉한 후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단순히 연쇄살인을 다룬 스릴러가 아닌 영화보다 더 잔인한 현실을 그려냈다는 추격자. 진 감독은 단면으로 평가되는 사회구조를 깊숙히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진이나 아이의 인생이 어긋난게 과연 누구의 잘못인지 비난의 화살은 누구에게 가야 할지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도 했다. 영화 곳곳에 숨은 이런 설정은 나감독의 입을 통해 하나씩 풀어지면서 '추격자'가 단순히 연쇄살인을 다룬 스릴러가 아닌 영화보다 더 잔인한 현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1974년 생인 나 감독은 30대에 접어들고 모든 시간을 추격자에 쏟아 부었다고 했다. 기획부터 시나리오까지 한 순간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영화에 드러나는 단서마다 또 다른 숨은 의미가 있는데 도 줄기차게 "이게 현실이다"고만 말했던 나 감독은 실은 누구보다 치밀하게 쓰고 찍었다.



노컷뉴스 : 나홍진 감독, 추격자 속 수수께끼를 말하다 http://www.nocutnews.co.kr/news/414960



다시 곡성,

나홍진 감독의 의도 중 하나는 '위로의 영화'였다. "사람들이 어떻게 이 영화를 받아들이든 끔찍한 사건과 사고에 의해 피해를 당하신 분들, 그러니까 사람을 떠나보내고 남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걸 위해 그는 종교와 신을 바라보는 그만의 관점을 진하게 동시에 진정성 있게 녹여내려 했다.

나홍진은 "드라마 등을 보면서 혹은 내 작품을 보면서 감정이 복받치는 경우가 없었는데 이번 작품은 내게 눈물이 맺히게 한다"며 남다른 애정이 있음을 밝혔다. 6년만에 보인 작품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나홍진이 느낀 감정의 정체는 보다 구체적이었다.



오마이 스타 : "쭈그려 앉아있는 천우희 모습이 현재 신의 모습"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211191


그렇다. 영화를 보는 내내 느껴졌던건 단순히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아닌 경찰관 아버지이지만 성폭행을 당한 피해 여성(딸)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그리고 그 딸을 위해 경찰임에도 어떻게 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슬픔이었다. 실제 영화에 나오는 딸의 행동은 성폭행 피해자들이 하는 행동과 거의 흡사하다고 하는데, 피해를 당한 당사자와 그의 가족들의 고통과 트라우마는 상상이상을 초월할 것이다.

이 영화는 참으로 불친절하다.

감독은 영화를 가감없이 보여주려고 애쓴다. 그리고 은유와 복선을 통해 그것을 곳곳에 심어 놓았다. 마치 최면이라도 걸 것처럼.


모두가 내팽개쳐야 관객이 좀더 알아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게까지 버림받은 주인공, 그래야 관객이 좀 더 안쓰럽고 안되게 생각해주지 않을까.
'황해'라는 영화는 마침표를 찍지 않았다고 생각을 한다. 이 영화는 내내 공백을 많이 뒀다. 이영화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정말 형편 없는 영화가 됐을 수도 있고 좋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느냐에 따라 관객들에게 열린 버전의 영화라고 생각을 한다. '어떤 느낌을 받느냐' 어떤 바람을 갖고 있느냐'가 이 영화의 빈 공간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관객의 느낌이 이 영화를 완성한다. 그런 부분은 제 선을 떠난 것 같다. 관객들이 영화의 마침표를 찍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선 닷컴 : '황해' 나홍진 감독 "너무 잔인했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12/30/2010123000488.html



곡성은 종구(곽도원)가 가족을 무언가로부터 2시간 36분동안 극렬히 방어하는 영화다. 종구 가족을 공격하는 건 역동적이기보단 정적이고 심리적인 무엇이다. 정적으로 잠입한 적을 어떻게 표현할까. 그건 흉기가 피부를 뚫고 뼈를 자르고 장기를 찌르는 느낌이 아니라, 바이러스가 몸에 잠입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바이러스는 잠입 직후엔 주목받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차이를 내기 시작한다. 

피해자는 왜 피해자가 될까. 현실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이건 중대한 문제다. 이유가 없으면 존재 할 수도 없으니까. 이 생각이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을 창조한 신은 무엇인가 하는 의문에까지 이르렀다. 신은 선한가. 실재로 존재 하기는 하는가. 그 다음에 악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딱히 악에 대한 관음증이 있는 건 아니다.

경향 신문 : '곡성'의 나홍진이 밝힌 외지인, 무명, 일광의 정체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5191040001&code=960401


아마도 이 영화가 나에게 계속 남는건, 이제는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성폭행 사건 묻지마 살인 사건과 같은 사건들을 접하면서 왜 인간은 그토록 악한 면을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보다는 피하고 싶고 회피하고 싶은 그러한 생각들이 더 많이 드는가에 대한 요즘의 의문점이 이 영화에서 느껴졌던것 같다. 중간중간 깜짝깜짝 놀라는 영화라기 보다는 분위기에 압도되는 영화. 무섭다기 보다는 슬픔을 느꼈던 그런 영화로 기억된다.



종구의 마지막 중얼거림은 허무함의 극치다.

"애절한 느낌을 주려 했는데... 최선을 다한 행위의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의 애절함을 담고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곡성의 재미있는 볼거리

1. 곽도원의 아내역은 실제로 연인 관계이다.

2. 영화 중간 황정민이 입은 속옷 빤스는 일본식이었다. 장면 보고 소름 돋음

3. 곽도원이 친구들과 싸우러 갈때 차에 연장을 실을 때 돼지뼈도 싣는 장면은 전작 '황해'에서 돼지뼈 싸움씬을 연상 시켰다.

4. 중간부터 등장하는 황정민은 영화 최고의 미끼와 반전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5. 감독판 재개봉 혹은 1시간 추가 감독판 DVD 출시 할거라 생각함.(원래 분량을 많이 찍는 편이더라)

6. 종구가 닭이 세번 울 때까지 참았다면 가족이 살았을까?
만약 그러면 해피엔딩으로 주인공은 꿈에서 깨고 영화의 첫 장면으로 나왔을 거라 생각했는데. 감독인터뷰에서 좌절했다. 


종구가 닭이 세번 울 때까지 참았다면 가족이 살았을까?

"이영화가 살려뒀겠는가. 아마 똑같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종구에겐 문제가 없다. 최선을 다했다. 관객이 종구의 마음을 위로하고 같이 곡을 하는 엔딩이 되길 바랐다.



영화 보고 나오는데 포스터를 보고 깜놀했다.

가장 중요한 반전이 있는 마지막 장면을 그대로 채용함으로써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이것또한 미끼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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